노란 민들레

김덕진요셉 2024. 3. 24. 16:18

노란 민들레/김덕진

 

스웨덴 업무출장 시 식당에 들어가서

한 동양인 종업원에게 음식을 주문했을 뿐인데

그는 왜 나에게 적의 띤 눈빛을 흘렸을까

 

그는 마른 체구에 키가 작고 얼굴이 몹시 창백한 동양청년이었다

마치 벼랑 앞에 서서

기억하기 싫은 구겨진 시간을 지우려는 듯

나를 대하는 모습이 어딘가 조금은 불편해보였다

피부색깔이 다른 작은 동양인이

체구가 큰 북유럽 사람들과의 틈새에서

하얀 피 흘리는 침묵으로

얼마나 많은 빙하의 시간을 홀로 견뎌내야 했을까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셀 수없이 다가온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의 이미지를 스스로 학살하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을 고통스러운 장면들이

빛바랜 활동사진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누군가 떠먹여준 모욕과 모멸을 환약처럼 삼켰을

청년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내 눈에서 해일이 일어날 뻔 했다

 

그가 나에게 적의를 품었던 것은 그를 버린 조국에 대한 원망이었음을 알았다

 

사람들에게 짓밟히면서도 보도블럭 사이에서 피어나는 노란 민들레를 생각했다

명치끝에 매달린 통증 한줄기 묵직했다

그는 북유럽의 변방에 이식된 노란 민들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