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Ghetto)

김덕진요셉 2024. 3. 29. 20:48

게토(Ghetto)

 

때로는 도시에 가라앉은 작은 섬의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기울 때도 있다

태양이 달을 외면하고 달이 햇살을 거부하면 별빛에 찔린 어둠만

숱하게 진저리쳤다

태초에 불었던 바람은 누구에게나 따뜻했을 텐데

지금 이 도시에 가라앉은 섬에 부는 바람만

유독 차갑고 매웠다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끼리는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서로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굳어졌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통을 삭이는 방법과 우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남들이 쓰다 버린 문명을,

쓰다 버린 문장을 한 알의 진통제로 삼키고

황달 걸린 내일을 가공해야 했다

날마다 경첩처럼 가슴을 열고 닫지만

해진 마음에 꿈을 덧대어 꿰매어보아도 디지털음색은 너무 멀리 있었다

자신의 그림자 밟히는 소리에 귀가 서러워

이들은 일부러 망각의 늪을 찾아가는 노래로 최면을 걸었다

그래야 다음날 아침 해를 볼 수 있었다

 

궁핍한 냉기가 걸려있는 저녁을 향해

주석이 필요 없는 아날로그 시간 속 목소리들이 제자리를 찾아 간다

이들이 늑골에서 꺼낸 목소리를 높여도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귀에 도랑을 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