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느 화가의 꿈을 들춰보다
김덕진요셉
2025. 3. 25. 21:45
어느 화가의 꿈을 들춰보다/김덕진
그의 귀는 언어를 거부했다
섬처럼 흔들리는 영혼이 캔버스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허물을 벗고 싶었다
듣기를 거부한 그의 귀에
시퍼렇게 날 선 금속이 차가운 획을 긋고 지나갔을 때
해일이 일던 그의 붉은 바다가 엎질러졌다
그것은 오랫동안 꾸어오던 꿈과 꿈 사이에
번민과 갈등 사이에
간지로 끼워놓은 그의 숭고한 혁명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꿈에 침을 뱉었으나
그의 붉은 바다는 유황처럼 끓었다
그의 바다가 하나의 그림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동자의 낙관이
그의 몸을 결박했을까
그의 혁명은 그가 캔버스로 들어가기 위한 탈출로였다
마침내 그는 고통의 끝에서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내면의 색채를 낳기 위해
마지막까지 피 흘리는 상처를 사랑했다
해진 꿈이 묻어 있는 낡은 구두 한 켤레의 끈을 풀어놓고
천상의 뜨락을 걷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