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건널목
김덕진요셉
2011. 4. 20. 10:47
건널목/김덕진
무수한 균열이 생긴 과거의 길목에
껌 종이처럼 구겨진 시간이
갈라진 틈새를 메우고 찰나의 벽이 되어 서있다
차단기에 매달린 채 투명한 벽을 쌓은
둔탁한 쇠 울림의 경고음 바깥쪽의 시간이
싸늘하게 정지되었다
평행선을 밟으며 미끄러지는
무쇠 바퀴의 무심한 원근
차단기 안에 갇힌 시간 속 공간을 가르며
피아노 건반 같은 무음의 회색 침목위에서
방황하던 바람을 몰고 질주하는 바퀴 밑으로
저녁노을 한 방울 기울어진다
길목의 허리가 잘린 간격을 사이에 두고
벽 앞에 멈춰선 수많은 발자국들이
이미 오래전에 미아가 되어버린
호주머니 속의 생각을 만지작거릴지도 모른다
마음이 말하는 대로 길을 걸으며
수없이 건너야 했던 내 인생의 건널목에서
시간을 멈췄던 경고음을 듣고
아직 경험하지 못했던 저 건너편 미지의 풍경을
마음의 연필심 끝으로 뿌린다
또 다시 멈춰진 시간 속으로
분주한 발자국들이 빨려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