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냥
김덕진요셉
2025. 6. 22. 18:31
누군가 방아쇠를 당겼다
이따금 창백한 낮달이 목을 죽이고 가던 골짜기가
한 발의 충성으로 메워졌다
이번에 울린 총성은 누군가의 부음을 암시한 것처럼 각 나라 모국어로
허기진 숲을 흔들어 깨웠다
이윽고 한 무리의 새들이
나뭇가지 위에 발자국을 찍고 입술을 닦으며 튀어 오른 소리,
꾸다가 만 새들의 꿈 냄새가 출령였다
낮달의 눈썹을 훌치고
부표처럼 떠 있는 소리의 미늘을 누군가는 떠먹여 준 운명처럼 삼켜야 했다
통각을 잃어버린 무호흡의 시간이 괄호 안에 영구히 갇히게 될 축복일 수도 있어
새들의 울음 각도를 재어 보았다
한때 붕대를 감았던 새의 목소리,
단 한 발의 고독한 총성으로 이카로스의 해진 날개가 되어 추락하였다
이제 더 이상 숨을 참지 않아도 되었다
관통한 꿈을 벗지 못한 채 괄호 안에 몸을 넣고 아무도 열지 못하도록
검은 괄호를 닫았다
나는 눈부시게 빛나는 무극의 침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