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철공소

김덕진요셉 2011. 6. 4. 18:23

                      문 닫은 철공소/ 김덕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녹슨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위로

또각또각 얹히는

수직의 빗소리가 누더기를 덧대어 꿰맨 골목길을

메우고 까만 밤의 달콤한 휴식처럼 떠있다

밤과 낮을 절단하여 용접하고

때로는 깎고 구부리며 희망의 뿌리를 셀 수없이

가공했던 철공소

지금은 촬영이 종결된 무채색 드라마의 셋트장처럼

온기 없는 침묵만 담겨 있고

벽에서 떼지 못한 거래처의 전화번호와

모서리가 부서진 집기는

씁쓸한 막을 내린 흑백 드라마의 소품이 되었다

 

누군가의 희망이 꺾여 진 자리가

넓은 사막처럼 보였다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던 자리보다 넓은지도 모른다

 

나뭇잎사귀들이 꺼내 보인

비오는 날의 젖은 한가로움이 바지주머니 속에서

축축하게 만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