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種)의 기억/김덕진 내가 신 앞에서지상의 노숙자로 살아가는 동안 내 몸은 기억한다세상에 터트린 내 최초의 울음이문자로 빚어지기까지새벽을 일으킨 어머니의 목소리에 내 몸이 감기고어머니의 입김이 내 푸른 심줄을 키웠음을 내 몸의 서문은일찍이 어려서부터 들어온 어머니의 말씀을 인용한 글로 채워놓았다영혼의 찌꺼기를 걸러낼 잠언 같은 문장,이따금 적의를 품은조준된 화살의 과녁이 되기도 하였으나 문장에 오류는 없었다하늘을 쓸고 있는 억새꽃처럼 지상 순례의 여정을 환하게 마친 어머니를 통해새벽안개의 아픔을 알았다거룩한 영혼은 가슴을 부식시킬 수 있는 자본주의 이빨을 경계하고 때로는 허기에 머물 줄도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내 발자국 위에 얹힌 누군가의 발자국, 울음의 낱장들이 쌓인 가슴으로남몰래 수없이 달을 환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