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바람은/김덕진 그녀의 웃음이 나를 다녀간 이후내 마음에 깔아놓은 생의 선로는 누런 녹물을 흘리며소실점을 일어버렸다휘어진 생의 곡선을 따라선로 밑에 깔린 검은 침목의 침묵이 첼로의 현처럼 흔들리고차가운 별이 뜬 어깨뼈가 몹시 저렸다내가 꾸는 꿈의 길목마다 점멸하는 황색 신호등으로황달 걸린 나의 밤은 새벽까지 가려웠다차라리 비에 젖어 빛나는 돌의 풍경이 되고 싶었다무너진 고성을 어루만지는 해를 안고 여기까지 온 나는 이제바람의 입구를 막을 때가 되었다바람이 되어 나에게 왔던 모든 것, 어제의 바람이 낸 길을 묻지 않기로 했다 오래전 발굴된 구성에 집을 짓고물구나무서는 거미의 목청으로수몰된 이름을 꺼낸다그녀가 버린 바람은 덜컹거리는 내 생의 녹슨 선로에 첨부된 책장 속의 지문 같은 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