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의 연못

김덕진요셉 2011. 7. 6. 09:50

             장독대의 연못/김덕진


하늘의 젖은 외침이 멎었다

투명한 창살이 걷히자 그 안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침묵을 걷어내고 나온다

밤바다에 던져놓은 꽃다발 같은

희미한 윤곽의 발자국들이

덩그런 무심관심의 돛을 달고 젖은 길 위에서 표류한다

아스팔트위에서 굴러다니던 잘잘한 구슬은

먼 바다를 건너온 어느 폭군의 자결의 눈물

바닥에 달라붙어 있던

지난날의 무거운 갑옷 같은 물기가 구름사이를 뚫고

떨어진 햇살 한줄기 끌어당겨 덮는다

폭군이 쏟아 낸 눈물은 장독대의 연못이 되었다

몽글몽글 떨어지는 별빛과 새벽이슬을 담았던,

움푹 들어간 장독뚜껑마다

둥글게 누운 연못에 파란 천 조각을 듬성듬성 기워놓은

듯한 말간 하늘이 들어가 숨바꼭질 한다

장독뚜껑에 빠진 또 다른 눈에

아직도 물컹거리는 빗방울의 화석이 둥둥 떠다니며

비의 문자를 그리고 있다.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타이어는 짐을 벗지 않는다  (0) 2011.07.15
문고리의 지문  (0) 2011.07.11
끝물  (0) 2011.07.02
모로 누운 새  (0) 2011.06.29
플라스틱 카드  (0) 2011.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