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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신발 한 짝

김덕진요셉 2012. 1. 11. 14:56

              길 위의 신발 한 짝/김덕진


붉은 멍 자국이 선명한 아스팔트위에

하얀 그림자가 껍질로 누워있다

수없이 훑고 지나치는 무관심에 밟힌 빈 껍질위로

축축하게 굴절된 바람이 추락한다

무인도가 되어 가라앉은 자리에 주워 담지 못한,

부서진 하루의 편린이 널브러져 줄줄이

쏟아지는 햇살에 감긴다

좌초된 배처럼 모로 기울어진 신발 한 짝

지워지지 않은 기억 너머에

윤곽이 틀어진 발자국 하나 남기고 떠나간 그림자의 온기를

꾸역꾸역 각혈하고 있다

한순간에 회오리를 삼킨 그림자의 주인

뜨겁게 순환하는 붉은 색채를 터트리고 숨 막히는

경적을 하늘로 퍼부었을 것이다

주인을 따라 지도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발자국을

 새겼을 신발이 질주하는 타이어 밑에

깔릴 때마다 끈이 풀린 허전한 풍경을 그려놓고 돌아눕는다

부식된 상처위로 쏟아내는 생의 투신

뒤엉킨 시간의 실타래를 잡고 벽이 된 인연의 끈을

풀어놓는다


저 멀리서 교차로의 신호등이 눈을 껌뻑이며 약속을

퍼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