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신발 한 짝/김덕진
붉은 멍 자국이 선명한 아스팔트위에
하얀 그림자가 껍질로 누워있다
수없이 훑고 지나치는 무관심에 밟힌 빈 껍질위로
축축하게 굴절된 바람이 추락한다
무인도가 되어 가라앉은 자리에 주워 담지 못한,
부서진 하루의 편린이 널브러져 줄줄이
쏟아지는 햇살에 감긴다
좌초된 배처럼 모로 기울어진 신발 한 짝
지워지지 않은 기억 너머에
윤곽이 틀어진 발자국 하나 남기고 떠나간 그림자의 온기를
꾸역꾸역 각혈하고 있다
한순간에 회오리를 삼킨 그림자의 주인
뜨겁게 순환하는 붉은 색채를 터트리고 숨 막히는
경적을 하늘로 퍼부었을 것이다
주인을 따라 지도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발자국을
새겼을 신발이 질주하는 타이어 밑에
깔릴 때마다 끈이 풀린 허전한 풍경을 그려놓고 돌아눕는다
부식된 상처위로 쏟아내는 생의 투신
뒤엉킨 시간의 실타래를 잡고 벽이 된 인연의 끈을
풀어놓는다
저 멀리서 교차로의 신호등이 눈을 껌뻑이며 약속을
퍼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