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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에 흐르는 언어

김덕진요셉 2012. 1. 18. 11:43

 

               혈관에 흐르는 언어/김덕진


내 몸속에 맨눈으로 들여다 볼 수 없는

신의 지문이 감춰져있다

세상의 빛을 보기위해 생명이 잉태된 순간부터

그 지문은 깊이를 잴 수 없는 우물에서 온 몸으로 이어져

숨소리를 따뜻하게 데우는

짠 물의 통로가 되었다

살아온 동안 몇 번은 엎질러진 짠 물이

부서진 통로를 통하여 고통스런 풍경화의 여백을

메우기도 했지만

그의 지문은 결코 소멸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몸속 붉은 지문에 글자가 떠다니기 시작했다

별이 되지 못하고 부서진 언어는 질서를 잃어

창백한 살처럼 떠다녔고

우물에 탯줄을 담그고 나운 언어들은 자판을 읽고 꿈에다

색깔을 입혔다

누워있는 언어의 배경을 만들기 위해

셀 수없이 모인 풍경이 피를 흘리며 신의 지문 속에서

떨어야 했다

붉은 갈기를 휘날리며 수직으로 떨어진 언어의 그림자가

수수께끼 같은 포물선을 남기고 벽속으로 숨었다

새로운 생명에 지문을 심는 신의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