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하늘을 쓸다/김덕진
농로 양편으로 가득 고인 누룽지냄새가
누렇게 일렁인다
어머니께 가는 길가에
가을의 꼭지 점을 흔드는 눈부신 손들이 공중에 모여 있다
땅을 만져 본적 없는 손을
허공에 세운 것은 지상 순례 길의 마지막
출구를 나서기 위해서다
바람에 몸 비비며 서걱거리는 소리위로
구부정한 말씀이 떠있다
밤은 낮의 밑변,
그 밑변에서 유목하는 별과 별사이를 건너
무수히 내려앉은 징검다리 같은 말씀에
노을 묻은 날개가 달렸다
어렸을 적 내 가슴속을 들락거린 어머니의 뜨거운 훈육이다
내 이름위에 남겨진 시간이
유황처럼 끓는다
하나의 가을을 잠그는 일은 내 밑동에
또 하나의 나이테를 그려 넣는 것
수액마른 하바신이 저려온다
하얀 손들이 모여 어머니가 계신 하늘마당을 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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