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셈법/김덕진
내 유년의 겨울은 늘 아랫목에 있었다
민들레홑씨보다 더 가벼운 곳이었지만
심장박동이 따뜻하게 울리는 무한궤도의 아랫목이었다
어느 해 추운 겨울아침
한 걸인이 추위에 떨며 대문 밖에서 서성였다
어머니는 행랑채에 걸린 쇠죽솥 아궁이 앞에
걸인을 앉히고 아침상을 차려주었다
내 어린 눈으로 들어 온 어머니의 나라는 몹시 커보였고
향기로운 꽃밭으로 가득 차있었다
얼음 박힌 바람을 동여맨 겨울은 그곳에 없었다
어머니의 나라 셈법에는
더하기나 곱하기, 나누기는 처음부터 없었다
오로지 빼기만 있었다
어둠을 쓰러트릴 등잔불의 기름을 나누어주듯
어머니는 당신의 아랫목을 많은 사람에게 나눠주셨다
성호를 긋는 어머니의 손은 거친 바위였으나
가슴은 민들레홑씨가 되어갔다
어머니 세상에 계시는 동안 부등호는 언제나 어머니 쪽이
닫혀있었지만
어머니의 셈법이 누적된 하늘에서는 어머니 편으로
환하게 열렸을 게다
어머니의 뺄셈에는 오류가 없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악장 끄트머리 (0) | 2015.01.16 |
---|---|
초기증상 (0) | 2014.12.17 |
거미의 주문(呪文) (0) | 2014.11.18 |
가을나무 밑에서 (0) | 2014.11.10 |
미용실거울 속에 나는 없었다 (0) | 2014.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