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실험동물 사육실 103호

김덕진요셉 2015. 4. 18. 14:41

실험동물 사육실 103/김덕진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선이 부드러운 산과 하늘이 맞닿은

새벽공제선의 여백을 안다

퉁퉁 부은 손가락으로

달의 분화구마다 계수나무를 심던 푸석한 꿈을 눕히고

새벽공제선의 여백을 메우는 기니피그의 울음소리를 마신다

외부와 격리되어 특정 균이 없는 배리어,

그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지체는

광속으로 날아오면서 표정이 심하게 부식된

외계인처럼 보였다

배리어의 해안선을 헹구는 기니피그의 본능적 외침은

사육사의 귓속을 후비는 물이랑,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육사들의 새벽이 침묵의 외침에 밟히고 있다

마스크에 가려진 침묵의 농도는 그늘보다 무거웠다

오래전에 도구가 되어버린 이주노동 사육사의 손바닥에서

그들이 품고 온 고향냄새가 자랐다

물컹이는 기니피그의 뱃속,

보리밭처럼 흔들리던 슬픔이 함성을 지른다

 

그래도 이곳에 매일 보름달이 뜬다

 

엉덩이 크고 얼굴이 둥근 50대 해외 이주노동자 아주머니가

오늘도 103호 사육실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