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김덕진
1
내가 수태되었을 때
어머니는 내 입속에 쌓을 바위 성(城)을
하늘 가장자리에 예약하셨다
잇몸이 근질근질 하던 날,
달의 젖꼭지를 깨물자 내 구도의 향이 밴 피가
입언저리를 적셨다
영혼의 뿌리를 박은 성지의 징검다리,
꿈에서도 본적 없는 성곽너머로 비녀를 지른 달의 뒷모습이 보였다
달은 말없이 나를 품에 안고
내 뒤통수를 오랫동안 쓰다듬어 주었다
2
입안에 쌓은 바윗돌의 성곽,
굳지 않은 바위에 천공이 생길 때마다
뚫어진 무쇠 솥의 아픔을 아는 듯 달은 구멍 난 성벽에
핏빛노을의 심장을 넣어주었다
오래전에 핏빛노을의 비린내가 나를 떠났으나
성곽에 새겨놓은 흔적은 구리거울 되어 늘 나를 담았다
성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위와 바위가 부딪히면 밤하늘에 금을 긋는 듯한 통증 한 토막은
독사의 혀처럼 허공을 핥았다
매일 부는 바람에도
빗금 친 아픔 같은 색깔이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