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연못/김덕진
영원으로부터 분리된 미완의 시간이
레일위에 떠있다
재생될 수 없는 하루의 윤곽을 허물며 몰래 토해야 하는,
뼛속에서 끓어 올린 한숨 한 토막
가시 박힌 자유가 뒷걸음친다
휘청거리는 밤의 그림자들이 헛기침하며
어색한 시선을 피하려는 몸부림은
늪의 무한한 깊이에 뿌리를 박은 자작나무가지의 흔들림 같았다
사막에 내리는 폭설은 차라리 축복이었다
텅 빈 곡간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핏줄로 엮은 손
거부할 수 없는 조등처럼 마주해야했다
아궁이속 온기를 그리워했던 비탈진 마음에 궁서체로 내리는 눈이 쌓인다
손바닥에 요약된 생의 무늬를 아직은 보여주고 싶지 않아
절벽으로 일어선 고장 난 시간을 움켜쥐고 있다
어느새 아침이 저녁 이불을 덮는다
자신을 위해 망치를 들거나 삽을 들을 수 있는 길이 주어질 것 같지 않다
아직 건너야 할 내가 있고 넘어야 할 네가 있는데
초상화의 질감이 손끝에서 울음처럼 터진다
경로석의 수초 없는 회색연못, 오늘도 허공에 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