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화해 /김덕진
지나가는 바람의 발목을 걸어 콘크리트 포장길에
곤두박질치게 해야겠다
오늘밤 달에 불을 붙이지 못하도록 달의 심지를 확 뽑아버리고
하늘 밭에서 영그는 별빛의 숨소리마저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천공 난 밤하늘을 모조리 땜질해 놓고 싶다
낮은 곳으로 흐르던 물줄기는
높은 곳으로 거슬러 오르게 하고 모든 물고기들에게는 지느러미 대신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수척한 등뼈를 타고 흘러내리는 적의의 무게를 온몸에 바르고
삶이 요약된 비문처럼 서서
그늘진 손바닥위의 한숨 한 소절을 품어주던 묵은 잠언을
몸 밖으로 밀어낸다
발밑에 밟히는 장엄한 무채색 슬픔의 잉태,
명치끝에 섬처럼 고여 빈 가슴 적시는 눈물의 적막을 나는 안다
마음 밖으로 삐져나온,
원망의 틈새를 사랑한 안개비의 아픔을 안다
출구가 희미해진 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또다시 새벽 제단위에 내면의 갈등을 올려놓고 하늘에 접속하는 것이다
고요를 쓰다듬는 아기 울음소리 멀리서 들려온다 동화의 밑그림이다
아기를 중심으로 우주가 돌아간다
고독한 신은 오늘밤도 심심풀이 놀이를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