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마스크

김덕진요셉 2019. 10. 8. 04:11

데스 마스크/김덕진

 

밤하늘을 할퀸 하얀 부음이 광속으로 사라진다

언어의 뿌리가 몸에서 뽑히는 날

비로소 완성되는 혀의 완벽한 침묵은 얼마나 다행스런 신비인가

바람은 지나온 길을 스스로 지우며

생의 접점이 분리되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정지된 시간이 깔린 지명위에 검은 바람의 표정이

눈부시도록 환하게 기록되는 순간

유산된 꿈이 널렸던 협곡에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고독한 표정 속 잔주름 하나하나에 토막 난 물결의 아픔이 묻어있다

셀 수 없이 피었다가 떨어진 마음의 꽃잎들은 그 흔적을 알기에

예고된 이별을 기억하기위하여 창백한 잠을 허문다

 

손바닥의 울림을 읽기위해 난 허기에 머물며 더 깊어져야 했다

 

하늘을 담았던 두 개의 호수와 선이 부드러운 협곡,

내 시선이 뚫고 있는 것은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샹그릴라의 틀이다

수평으로 누운 저 포옹의 목소리

지금 여기는 어떤 장르의 레퀴엠도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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