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김덕진
누구의 전유물로 남고 싶지 않은 나는
하늘과 바다가 포옹하는 아득한 설렘같이
내 등과 하나가 될,
수직으로 선 벽을 사랑했다
슬픔에 취약한 벽이 소리 없이 무너질 때도 사람들은 젖은 눈으로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나에게 오는 이들은 자신의 안부를 묻기 위해
스스로 길을 내고 왔다
내 안에서 잠시 정물이 되기 위해 멈춘 그들의 시간을
편집 없이 재생하여 돌려주었다
말도 안 되는 사랑을 담은 눈, 분노를 끄집어낸 표정,
슬픔과 고통의 그늘을 늘어트린 얼굴,
어딘가 조금은 아프게 보이지만
아직은 이 모든 것들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표징처럼 보였다
나는 내 앞에 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눈동자를 보고 전한다
삶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생각한대로 세상이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