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그늘
김덕진
햇살 두어 됫박
바람 한 말이 유모차 안에 고여 있다
서릿발 가득한 머리
세월의 무게에 눌려 허리 굽은 할머니가
낡은 유모차의 신발을 신고 외출 하신다
움푹 패인 콘크리트길을 지날 때마다
덜컹거리는 신발에서 연골 닳는 소리가
떨어진다
굽은 등에 기댄 햇살도 무거운 듯
허리 한번 펴서 매달린 햇볕을 털어내고
그림자를 깨워 데리고 가신다
저녁나절 할머니의 귀가 길
유모차안 수북이 쌓인 마실 방 이야기에
하얀 그늘이 매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