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편지

김덕진요셉 2020. 12. 3. 16:10

그림편지/김덕

 

생일날 아침 그림편지를 처음 받았다

모딜리아니의 눈이다

눈동자가 없는 내 얼굴, 이토록 완벽한 그림을 본적이 없다

이제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아이가

나를 위해 준비한 그림선물, 그림 속에 나와 아이

두 사람의 눈동자를 지워버린 눈이라서 더욱 완벽하다

바깥세상을 바라보기 전에

내면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세상이 바로 보이기 때문에

눈동자가 내면을 향한 것이다

순수한 영이 빚은 곡선과 직선의 조화 속에

신을 닮은 인간의 선이 들어있다

연필로 그린 몸의 윤곽을 넘어

밖으로 번진 크레파스 색상에서 아이가 숨겨둔 세상이 펼쳐진다

눈처럼 하얀 도화지 안에서 아이가 세상의 길을 열고 있다

아이의 환한 미소 한 조각 수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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