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김덕진
주천강가에서 작은 돌 하나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꾸역꾸역 삼킨 속울음이 돌에서 새어 나왔다
제 몸에 감긴 시간을
얼마나 오랫동안 강물에 풀었으면 이토록 온몸이 매끄럽게 다듬어졌을까
이렇게 되기까지 돌에 부딪친 물의 어깨뼈는
얼마나 자주 탈골을 반복했을까
손바닥위의 이 작은 돌이
그날 어두운 물속에 홀로 가라앉았던 이름을 기억하는지 모른다
물에서 나온 그의 이름은 끝까지 마르지 않았다
목소리를 내려놓은 그의 젖은 이름 앞에 서서
나는 두 번 절을 올려야 했다
말도 안 되는 오답으로 괄호 안을 메운 내 하루에 밑줄을 그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면
잔설이 덮인 채 매몰된 그 시간은 내편이었을 것이다
강산이 몇 번 변하고 나서 다시 찾아온 곳,
뜨고 지는 해를 따라다니는 동안 내 몸은 노을 쪽으로 더 기울어 졌다
이제 내손에 쥔 돌에 질문을 얹어 주천강이 읽도록 물수제비를 뜨려고 한다
그때 왜 그의 이름을 적셨는지
그리고 지금껏 그 사람 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눕혔기에
원망의 돌을 맞아 너의 등이 시퍼렇게 멍들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