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김덕진
밤의 협곡으로 충혈 된 눈이 모인다
가장 낮은 바닥에서
빗물처럼 튕겨져 나오는 발자국소리는
협곡으로 모인 눈들이 덮어야할 이불,
어제와 오늘을 더듬던 시선이 머물다 빠져나간 신문지위에
젖은 낙엽처럼 얹힌다
이들은 이미 가슴에 돌을 품은 아픔을 알았고
눈앞에서 일어선 절벽을 보았다
유서 같은 것은 너무나 고급스러운 사치였기에
처음부터 머릿속에 섞지 않았다
하늘은 아무리 부서지고 망가진 자라도 아무나 수거하지 않는다
벽돌을 베고 누워
행인의 복숭아뼈에서 흘러내리는 바람을 읽는다
마음속의 그늘이 지워지는 이 시간,
여기가 그들의 왕국이다
그들을 위해 쪼개놓은 하얀 밤과 검은 낮이 얼마나 큰 위안인가
최면에 걸린 밤이 머리맡에서 고개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