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그물
김덕진
상가의 마당 끝 텃밭에 희뿌연 비닐을
덮은 배 한척이 떠있다
배안에 듬성듬성 매달린 고 와트 백열전구에서
쏟아 진 빛이 어부들의 얼굴을 훑고
고요한 듯 보이나 심하게 요동치는 바다 속
화려한 물고기들에게 꽂힌다
밤새워 그물을 던질 어부들을 위하여
야식을 배달하는 아낙네의 목소리가 붉게 달궈진
석유난로위에서 적당히 익는다
어부들은 취기가 올라 충혈 된 눈으로
물고기를 향해 각자의 꽃 그물을 힘차게 던져놓고
천천히 걷어 올려 마리수를 살핀다
지난가을 추곡수매 대금으로 받은
퍼런 총알들이 속주머니 안에 두껍게 접혀 있다가
바다 위에서 맴돈다
이 어둠이 걷히고 나면 던져 놓은 그물에
어떤 어부가 물고기 대신 낚여 노을 진 눈만
힘없이 껌벅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 배의 항해는 어둠이 스크루에 모두 분쇄되어야
끝나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