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묘원에서/김덕진
섬처럼 떠있는 침묵이 눈부시다
우주열차를 타고 떠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는
왠지 숨 쉬는 것이 죄스러워 시선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이곳의 침묵이 평화로운 것은
상복을 입은 침묵 앞에 더 이상 구부러지거나
갈라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몸에서 닻을 내렸다는
문자안내문에서 늘 흙냄새가 났다
여기에 모인 이들은 아픈 무늬를 흘려보내고
지구의 종말 안으로
미리 들어간 부고의 주인공들이었으나
무심한 세상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다
하얀 국화는 피었는데
침묵으로 소통하는 맨얼굴에 햇살이 비껴간다
아직 부화하지 않은 등 뒤의 그림자,
삭힌 세월만큼이나 짙다
수면과 불면의 틈새에서 뼈가 기다리는 불멸의 해방을 훔쳐본다
언제 보아도 하늘은 빈손이다
왜 빈손이 아름다운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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