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에 꽃이 진 자국이 있다/김덕진
꽃이 지고 난 뒤에 가슴에서 피는 이름,
너의 이름은 투명하다
그래서 너의 이름에 닿지 못하는 나는 가슴속에 종을 품고 산다
너의 이름이 허공을 건널 때면
내 심장에서는 종소리가 울렸다
밤하늘에 펼쳐진 먹지위에
별들이 매일 밤 혈서 쓰는 소리를 들으며
별의 지혈을 생각했다
한때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도
밤하늘에 고인 아픔에도 눈을 맞추지 못한 내 가슴에 자폐의 시간이 박혀있었다
때로는 유성이 하늘에 밑줄을 긋는 속도로
때로는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로 머리와 가슴사이의 궤도를 읽었다
제 목소리를 가지고 혼자 노는 시간이 주는 위안,
좀처럼 멈추지 않는 긴 문장에 숨을 불어 넣으며 경계가 지워진 빛깔을 덧칠했다
그러나 너의 이름도 부서진 독백도 내 것으로 남은 것은 결국 하나도 없었다
내 몸의 반은 늘 찬별이 뜨는 밤,
몸에서 빠져나온 그림자 쪽으로 몸이 기운다
새벽안개처럼 고요하게 침묵하는 절망의 끝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황홀한 절망을 찾아 내가 떠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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