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김덕진
쉽게 잠을 부를 수 없는 밤이면
별의 해안가에 구르는 몽돌소리를 들으려고 6층 내 옥탑방에 오른다
그림자가 물구나무서는 방에서
서부우회도로의 어둠을 가르고 질주하는 차량을 보며
북유럽 어느 작은 도시의 변방을
세상의 색깔이 아닌 빛깔로 물들였던 백야의 기억을 안단테의 선율로 꺼낸다
지독한 외로움을 타는 신이
심지에 불을 붙인 태양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고 있음을 거기서 알았다
오랜 시간 태양이 빛을 주지 않고 외면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거기서는 심야의 태양이 지평선위에 머물면서 세상의 통로를 모두 하얗게 만들었다
마치 하루의 시간에 덤으로 얹어준 시간을 갖고 내가 세상 끝의 벽을 찢고 나오는
착각의 늪에 깊숙이 가라앉았다
나는 어둠이 지워진 그곳에서 밤의 조건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별들이 뼈져나간 하늘에는
신이 햇살을 고운체로 거른 노을의 입자들이 부드럽게 반죽되어 가고 있었다
탕약처럼 마신 비탈진 허기로 난 한동안 멀미했다
뫼비우스의 띠를 감은 하루의 끄트머리가 하얗게 숙성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