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의 하얀 꿈

김덕진요셉 2023. 6. 16. 13:13

노숙자의 하얀 꿈/김덕진

 

매일 은하의 강을 건너기 위해

날개 꺾인 노숙자도

작은 시멘트 벽돌 하나는 밤의 소품으로 챙겨놓는다

별의 해안을 적시는 소리가 귀에 도랑을 내는 동안은

태양이 아침을 버려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매일 밤 둥글게 등을 말고 조각난 꿈의 파편을 그러모으는 것 보다는

따뜻한 별 꼬리를 잡고 유영하는 게 좋았다

눈꺼풀이 닫혀있는 시간은 누구도 압류할 수 없어

납덩이의 침묵 같은 새벽이 머리맡에 닿을 때까지

손바닥에 꿈 냄새를 바른다

꿈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무인도가 된 자신을 보는 일이

아직은 두렵고 익숙하지 않지만
누군가 칠해놓은 어둠이 있어서

꿈의 속살에 흐르는 피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축복이라 여긴다

 

물구나무서서 떠다니던 무중력의 꿈,

마무리 짓지 못한 꿈을 헤아릴 수 없이 폐기한 베게에서

부러진 날개냄새가 난다

두통을 어루만지며 어둠을 캐는 밤의 소품을 언제 놓을지 알 수 없으나

안개 낀 섬처럼 떨고 있는 몸은

뿌리를 드러낸 나무가 되어간다

모로 누운 밤, 꿈을 캐는 삽화 한 조각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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