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바닥과 하나 되는 순간/김덕진
한 주간을 잘 견디어 낸 이들이
날 선 몸을 무디게 다듬기 위해
한곳에 모여 두 손을 모으고 몸속에 침묵을 채우고 있었다
침묵이 자라는 시간,
사제가 미사 경문의 핵심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누군가 지팡이를 바닥에 떨어트린 소리가
젖은 밤하늘에 금을 긋는 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내 몸속에서 잠든 또 다른 나를 깨우는 소리, 마치 천국의 뚜껑을 두드리는
노을의 숨소리 같았다
어느 순간 지팡이만큼이나 짧게 끓어진 소리가
노을이 머무는 시간을 닮은
짧은 삶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을 저 지팡이로 허름한 지도의 길 위에 얼마나 많은 점을
밤하늘의 별처럼 찍어놓았을까도 생각했다
바닥과 하나 된 지팡이에는 분명 내가 알지 못했던 질문과 답이 들어있을 터
내가 찾아야 할 숙제 하나를 얻었다
내 몸 밖의 세상은 전부 감옥이라고 여겼는데
내 몸에서 감옥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