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빗방울 자결하는 소리 분주했다
가장 고독한 피뢰침도 긴장했다
소실점처럼 멀어져간 세상은 아무 저항도 못하고
빗방울이 빚은 빗살무늬를 입어야 했다
셀 수 없이 끊어지는 비의 현으로
차가운 별이 뜬 내 어깨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내 조바심을 사육하는 빗방울의 투신을 귀로 삼켜야 하는 나는
미사의 중심에 가라앉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겐 싱싱한 발자국 소리로 닿았을 빗소리,
나에게는 마음의 둘레를 적시는 소리였다
미사시간 내내
창문이 열린 옥탑방의 젖은 풍경을 그리며 비가 다녀간 흔적을 생각했다
몸부림치던 바람도 오랜 생각 끝에 잠잠해 졌다
새 떼가 날아가며 훔쳐보는 6층 무중력 옥탑방은
물구나무선 내 그림자가
매일 조금씩 깎이는 방,
난 내 꿈의 모서리가 닿는 곳을 수리하며 달에 설치할 난간을 고민했다
창문을 넘은 비가 벽지에 대고 물의 연가를 불렀다
책꽂이의 젖은 책 몸집 불리는 소리 붐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