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요셉 2014. 7. 18. 11:35

                               독()/김덕진

 

, 그 단단한 명사의 얇은 막이

입술의 문지방을 건너는 순간 터져 폭군이 되었다

하늘이 숨던 날

불안한 주문(呪文)이 육신의 방패를 허물었다

엇물린 욕망 한 조각 물고 늘어진 고통의 뿌리가

전신으로 내릴 때

노후 된 혈관은 하얗게 수축되었다

달의 해안선을 붉게 적시며 대패질하는 파도소리를 들은 적 있다

번들번들한 내 이마위에서

피 흘리며 흐느끼는 달을 본 적 있다

선의 원칙과 충돌하는 독의 물살은 스스로 길을 지우고

늘 상류로만 치닫았다

밤을 읽을 수 없는 두 개의 회중전등이

소용돌이치는 밤을 퍼마시고 취했다

회색 벽은 여전히 내 안에 서있었고 새벽안개의 고요한 출렁임만

담을 넘나들었다

 

자기 그림자를 게걸스럽게 삼키고

방어기제의 성분을 완벽하게 감춘 고독한 명사 독,

현학적 심상을 안팎으로 허무는 폭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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