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뢰침/김덕진
비를 사랑했기에
땅에 뿌리박고 하늘을 향해 손을 모았다
햇살이 바삭하게 튀겨지는 날은
가장 높이 들어 올려 진 곳에서
하늘이 가라앉지 않도록 단단하게 뭉쳐진 핏줄로 떠받쳤다
하늘 밑바닥이 축축하게 젖는 날이면
전하를 띤 구름이
자결처럼 뱉어 놓은 에너지를 삼키고
땅속 발꿈치에서 아무도 모르게 소화시켰다
울먹이던 바람의 등이 터졌다
뇌우의 발톱에 긁힌 구름이 환하게 피 흘리는 밤을 위해
수년, 수십 년간
젖은 허공에 손을 뻗어 그물질하던 손,
그 화해의 손에 봄날이 들어있다
수직으로 선 구속된 자유의 침묵은
비의 교향곡보다 더 너그럽다
하늘의 생채기가 덧나기 전에
흔들리는 새벽을 끌어당긴 물 묻은 고성의 손바닥, 그는 덫이다
지하의 성곽 귀퉁이로 불을 모으는 덫이다
하늘에 투망질하는 일은 사랑을 앓는 배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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