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매듭/김덕진
내 별은 언제나 땅에서 뜬다
누워있어야 할 마음속 대들보가 소란스럽게 서서 돌아다니고
단단하게 뭉쳐진 생각이 제 맘대로 자란다
눈으로 삼킨 것, 귀로 담은 것들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내 고대바다의 배후에서 수없이 필사하였다
몸속에서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불온한 필사체,
나를 한번 읽고 버린 문장들이 차가운 불꽃으로 부화 중이다
끝이 발화된 문장의 출구는 언제나 입이라는 것을,
잔인한 승자가 되더라도 발화된 문장에 브레이크장치를 달지 않는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생의 안쪽에 붉은 밑줄을 그었었다
웃음을 닫은 부화된 문장, 진화될수록 귓속에 핀 꽃은 시들고
목소리에 실린 문장의 향기는 심장에 닿기도 전에 삭제되었다
여러 겹의 감정을 누적시켜 뜨겁게 달군 목소리의 매듭은 언제쯤 풀어져
내 내면의 바다에 하늘의 끄나풀을 담글 수 있을까
늘 엎드려 흐르는 물처럼 내 목소리는 언제쯤 바닥에 엎드릴까
오늘은 별이 등에서 뜨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