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내편이다/김덕진
가을햇살은 거리마다 혁명처럼 붐볐지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검은 욕망이 침전된 얼굴들이
오늘도 뉴스의 메인화면을 장악했다
가난한 유권자들에게 표를 구걸했던 정치 협잡꾼들의 위조된 마음을
휴대폰으로 읽다가
점점 피로의 늪에 가라앉는 내 이름을 건지고
바람을 곱게 빗질하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한순간에 내 몸속을 다녀간 짙은 시루향기를 맡았다
새들이 영구히 세 들어 사는 곳, 나무가 주인인 이 숲속에
이른 아침 누군가 없었던 길을 새로 내고 안개의 집을
허문 흔적을 남겼다
시루떡처럼 몸을 포갠 낙엽이 밟혀 흩어졌다
밤나무의 해산 시기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밤나무아래서 탯줄이 끈긴 소리를 주워갔음이 분명했다
나는 바람이 숲에 간을 맞추는 소리만 들었다
시선이 머물다가 떨어져나간 자리는 더 이상 수상하지 않아도 되었다
호주머니 속 빈 검은 비닐봉지, 무색한 듯 허기졌다
요즘 매일이 어제처럼 시간은 내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