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아름답다

김덕진요셉 2020. 1. 10. 13:41

추락하는 것은 아름답다/김덕진

 

잠자리에 눕자 떠올랐다 유배된 변방에서부터 낮은 곳을 향해 묵묵히 엎드려 흐르는 동안 세상을 모두 정독한 듯 수평의 체위를 끊임없이 무너트리고 격렬하게 몸을 부수어야 자신을 완성하는 투명한 수직의 아픔을 폭포는 기억한다 선분으로 이어진 몸 부서지는 물 묻은 직선의 소리, 장엄한 물의 교향곡이 무한공간을 환하게 적시기 위해서는 아득한 높이가 필요했다 스스로 낮아지기 어렵기 때문에 때로는 절망이라는 높이도 필요한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는 날은 이카로스의 날개가 비대칭으로 자란다 침대모서리로 흘러내린 달빛 한조각도 이 세상의 중심이 끌어당긴, 거부할 수 없는 우주의 언어다 혹독한 동토의 겨울을 건너기 위해 스스로 잎을 추락시키며 털갈이를 준비하는 겨울나무의 겸손한 침묵 속에서 색깔 없는 나의 질문은 답을 찾았다 바닥까지 낮아지고 벗겨져야 나의 초상화를 바라볼 수 있음을, 달 속의 해에서 둥근 언어를 건질 수 있음을

 

이카로스의 날개에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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