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낯설어야 산다

김덕진요셉 2020. 3. 21. 10:26

지금은 낯설어야 산다/김덕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장무도회 같은

지루한 연출이 연일 이어진다

세상의 색채가 무너지고 경계의 빛깔이 진한 이미지가

무성하게 번진다

하얀 마스크로 가린 얼굴표정은 짙은 안개 속이다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은 거짓 딜레마의 장막을

눈동자로 삼키면서

시간의 색채를 짓이기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

허공에 널린 입술의 숨겨진 흔적으로 문장을 조합하고

끝이 뭉뚝한 목소리의 무게를 가늠한다

윤곽이 흐트러진 목소리도 몸의 일부, 있는 그대로의 무게로

또 다른 이미지를 입는다

하얀 목소리가 새어나온 자리에 어떤 흔적이 남았을까

어둠이 되어버린 나의 질문은 셔터를 내린다

나의 낡은 궤적에서 마주치는 눈빛과의 이격거리사이에

불편한 긴장의 강물이 역류한다

사랑의 둘레가 점점 오므려든다

 

마스크를 쓴 해가 생의 회귀선을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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