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낯설어야 산다/김덕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장무도회 같은
지루한 연출이 연일 이어진다
세상의 색채가 무너지고 경계의 빛깔이 진한 이미지가
무성하게 번진다
하얀 마스크로 가린 얼굴표정은 짙은 안개 속이다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은 거짓 딜레마의 장막을
눈동자로 삼키면서
시간의 색채를 짓이기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
허공에 널린 입술의 숨겨진 흔적으로 문장을 조합하고
끝이 뭉뚝한 목소리의 무게를 가늠한다
윤곽이 흐트러진 목소리도 몸의 일부, 있는 그대로의 무게로
또 다른 이미지를 입는다
하얀 목소리가 새어나온 자리에 어떤 흔적이 남았을까
어둠이 되어버린 나의 질문은 셔터를 내린다
나의 낡은 궤적에서 마주치는 눈빛과의 이격거리사이에
불편한 긴장의 강물이 역류한다
사랑의 둘레가 점점 오므려든다
마스크를 쓴 해가 생의 회귀선을 지나가고 있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물과 소년 (0) | 2020.03.29 |
---|---|
바람을 몰래 삼키다 (0) | 2020.03.25 |
땅, 하늘나라의 꽃밭 (0) | 2020.03.17 |
아르갈 여인들 (0) | 2020.03.11 |
나를 읽는 사순절 밤은 (0) | 2020.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