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요셉 2020. 4. 5. 14:14

/김덕진

 

남의 꿈이 캄캄한 암흑에 갇혀도

나는 말의 온도를 높이지 않았다

지난날 내가 한번은

누군가에게 던졌던 아픈 말을 또 몸 밖으로 꺼낸 적은 있었지만

그 말이 내 몸 안으로 돌아온 적은 없다

이미 누군가의 가슴속에 차가운 벽화의 문자처럼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무너트린 가슴안쪽,

멍 자국을 담은 바다에서 검은 별이 떠올라

구겨진 입술의 원망을 들으며 낯설게 살고 있었는지 모른다

몸 안에 침몰된 문장들은

언제든 입술과 입술사이의 컴컴한 문을 빠르게 열 수 있도록 수직으로 서 있었다

 

어둠으로 뭉쳐진 문장이 온기를 입도록 몸속에 촛불 하나 들여 놓는다

내 몸속에 번지는 혀의 독성을 휘발시키기 위해 눈을 감고 하늘의 침묵을 읽는다

 

이제 아무에게도 머무르지 않는 바람의 틈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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