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는 것은/김덕진
어두워야 볼 수 있는 것은 밤하늘의 별,
아파야 볼 수 있는 것은
드러내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이다
어쩌면 아프다는 것은 오래전에 굳게 닫혔던
영적 성장판을 열기위한 축복일지 모른다
태양을 닮은 문양을 밀어 올리며 고통스럽게 끓는 물을 보면 안다
뼈와 살의 틈을 울리는 물의 함성,
뜨거운 회오리가 지나간 후 찾아오는 고요한 평화는
오랜 생각 끝에 온다
때로는 누구에게나 콘크리트 속 배관 같은
억울한 시간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 떠먹여줬던 굴욕으로
마음속에 창살을 세웠던 그늘진 시간,
붉은 혀를 날카로운 창처럼 갈았지만 마지막엔 눈동자속 물과 마주한다
세상 안으로 올 때는 홀로 왔으나
밖으로 나갈 때는 몸속 아픔과 호흡을 함께하기에 결코 혼자가 아닌 것,
그래서 동행하는 길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안다
앓는 다는 것은 조금 더 깊어질 수 있는 목마름이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의 밤무대 (0) | 2020.10.25 |
---|---|
흔들리는 성곽의 뿌리 (0) | 2020.10.22 |
필로티에 색깔을 깁다 (0) | 2020.10.16 |
고구마를 캐며 (0) | 2020.10.13 |
포도밭에서 빛을 잃다 (0) | 2020.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