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을 올리는 사람들
김덕진
수많은 이야기를 엮은 밤이
태양 하나 잉태하여 해산하고 사라졌다
누구나 품을 수 있는 햇살이지만
관절이 굳어 화석이 되어버린 나무는
가느다란 빛줄기 한 토막 스미지 않는 굴속에서
아린 가슴 언저리에 오랜 기다림을 묻고
축축하게 스민 외로운 바다위에 스스로를 뉘었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가랑잎 몇 장
어느 곳에 떨어져 뿌리를 내렸는지
아니면 아직도 후미진 골목길 어디엔가
무심한 발밑에 깔려 신음하고 있는지
가랑잎에 대한 그리움에 진이 말라버린 나무는
구겨진 세월의 간마저 잃어버렸다
어슷하게 일그러진 문에 거미줄처럼 매달린
기다림의 모서리를 걷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나무의 벗이 되어주고 가랑잎이 되어주는 이들이
천정이 낮은 굴속에서 촛불이 되어
작은 빛을 주었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까닭은
이들이 밝힌 촛불이 춥고 어두운 곳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숨어서 하늘에 벽돌을 올리는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