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에 핀 꽃
김덕진
그 집 문지방에 괴어 놓은
하얀 고무신 한 짝이 꽃으로 피어났다
언어의 가시에 찔렸던 젖은 기억
주름진 길에서 돌부리보다 단단한 사람들과
부딪혔던 아픔을 이고 긴 시간 뒤척이다가
꽃이 되어 햇살 한 모금 빨고 있다
바깥세상에 심어놓은
저 신발 주인의 수많은 발자국에서
어떤 발자국이 향기를 매달은 나무가 되었을까
꽃은 환한 침묵 속에서
검불이 달라붙은 묵은 기억을 한 꺼풀 씩
벗겨내고 있다
반쯤 열린 문안을 기웃거린
철 이른 봄 햇살이 꽃을 타 넘는다
문지방너머 안쪽은 무슨 색깔로 칠한 이야기가
널려 있는지 발가벗은 내 궁금증은
밤늦도록 켜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