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에 핀 꽃

김덕진요셉 2011. 2. 9. 21:47

                       문지방에 핀 꽃

 

                                               김덕진

 

그 집 문지방에 괴어 놓은

하얀 고무신 한 짝이 꽃으로 피어났다

언어의 가시에 찔렸던 젖은 기억

주름진 길에서 돌부리보다 단단한 사람들과

부딪혔던 아픔을 이고 긴 시간 뒤척이다가

꽃이 되어 햇살 한 모금 빨고 있다

바깥세상에 심어놓은

저 신발 주인의 수많은 발자국에서

어떤 발자국이 향기를 매달은 나무가 되었을까

꽃은 환한 침묵 속에서

검불이 달라붙은 묵은 기억을 한 꺼풀 씩

벗겨내고 있다

반쯤 열린 문안을 기웃거린

철 이른 봄 햇살이 꽃을 타 넘는다

문지방너머 안쪽은 무슨 색깔로 칠한 이야기가

널려 있는지 발가벗은 내 궁금증은

밤늦도록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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