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목록

김덕진요셉 2022. 8. 3. 03:58

바람의 목록/김덕진

 

바람의 무늬는 매번 달랐다

잠을 잃어버린 바람의 어금니가 흔들릴 때면

세상은 침묵 속에서

새벽을 복원하지 못한 영혼이 구부러지는 소리를

빈 잔에 고이는 레퀴엠처럼 들었다

뼈 없는 허상은 멀어질수록 선명히 다가오고 사람의 입에서 퇴출된 노래는

바람의 어금니아래서 무한으로 재생되었다

어느 날 꿈을 허물어트리고

맨발로 걸어 나오며 맡았던 날것의 냄새,

피에서 느껴지는 쇠 냄새를 맡았다

언젠가 친구로 맞이해야할 죽음을 향해서

웃고 있는 얼굴은 얼마나 행복한가

내가 맨 처음 세상에 던진 것은 우주가 응축된 한 움큼의 울음이었을 것이다

생의 출구를 찾아 휴일까지 지우며 배회하던 발자국에

바람의 목록이 들어 있었다

머리와 가슴사이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있으면 누군가 가슴을 벌려 달라고 했다

나는 아직도 하늘을 읽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지층처럼 쌓인 바람의 내력,

열린 창문이 삼키다 남긴 바람을 내가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피 흘리는 바람의 그늘이 비릿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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