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그날/김덕진
유독 사월의 봄이면 바다냄새 묻은 바람이
내 안에서 세포분열 한다
수평선을 허물어트린 기억이 감금되어 여러 해를 넘겨도 지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끝까지 감금을 풀지 못한 채
내 목소리가 흙과 하나 되는 날이 올수 있다는 것,
살얼음 낀 가슴속에서 사각거리는 소리 들린다
아직도 해독하지 못한 물의 각도, 기울어진 시간은 그날의 페이지를
차마 넘기지 못한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캄캄한 물의 길이어서 물의 껍질을 한 겹씩 벗길 때마다
내 몸에 누군가 각주를 달아줘야 했다
하늘이 왜 기울었는지
기울어진 하늘을 만진 손바닥에는 시간이 멈춘 의문부호만 가득했다
태양과 단절된 바다에 자물쇠가 채워지고
꽃 몽우리가 떨어진 자리마다
바다를 횡단하고 사막을 횡단한 눈물로 채워졌다
백 년 동안 마르지 않을 눈물이다
나비가 되고 싶은 해진 가슴들, 그들의 가슴에서 밤에는 해가 뜨고 낮에는 달이 떴다
하늘도 바다도 같은 색, 그날 물속으로 들어간 하늘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못처럼 박힌 바람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