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

김덕진요셉 2024. 8. 3. 19:55

파꽃/김덕진

 

파꽃을 찾아오기 위해

허공에 길을 내는 별들이 분주하다

언제보아도 파꽃에는

날마다 숨어서 맨손으로 태양을 굴리는 구도자의 침묵 같은 근엄함이

둥글게 응축되어있다

 

어느새 하늘이 텅 비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파밭에 내려앉은 가난한 행성들이다

어머니를 닮은 파밭의 품이 이 많은 행성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넓었었나

언제든 파밭에 가면

어머니의 냄새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는 남의 집 파밭이라도 보고 와야 겨우 잠들 수 있는 날이 있다

세상에 부는 모든 바람은

한때 어머니의 가슴을 건너면서 폭약처럼 터졌었다

내 몸은 기억한

어머니의 무명 앞치마에 매달려 놀던 시절, 앞치마에서 흘러내린 파 냄새를

파 냄새가 밴 어머니의 앞치마는 나에겐 이불과도 같았다

 

어머니의 머리에 얹힌 둥근 행성

어머니는 한평생 가족을 머리에 이고 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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