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김덕진
파꽃을 찾아오기 위해
허공에 길을 내는 별들이 분주하다
언제보아도 파꽃에는
날마다 숨어서 맨손으로 태양을 굴리는 구도자의 침묵 같은 근엄함이
둥글게 응축되어있다
어느새 하늘이 텅 비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파밭에 내려앉은 가난한 행성들이다
어머니를 닮은 파밭의 품이 이 많은 행성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넓었었나
언제든 파밭에 가면
어머니의 냄새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는 남의 집 파밭이라도 보고 와야 겨우 잠들 수 있는 날이 있다
세상에 부는 모든 바람은
한때 어머니의 가슴을 건너면서 폭약처럼 터졌었다
내 몸은 기억한
어머니의 무명 앞치마에 매달려 놀던 시절, 앞치마에서 흘러내린 파 냄새를
파 냄새가 밴 어머니의 앞치마는 나에겐 이불과도 같았다
어머니의 머리에 얹힌 둥근 행성
어머니는 한평생 가족을 머리에 이고 사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