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김덕진요셉 2011. 5. 18. 09:55

                    자식/김덕진


그녀에게서 떨어진

가랑잎 세장

어느새 나무가 되어 뿌리를 세우고

땅 냄새를 맡으려고 한다


한 번도 접지 못했던

그녀의 야윈 날개에

발부리에 셀 수없이 짓눌린 나무뿌리처럼

뭉툭하게 닳은

고단했던 꿈의 언덕이 얹혀있다

가랑잎의 작은 바스락거림은

마른 지축이 뒤틀리는 소리

남들의 밤은 어두웠으나 그녀의 밤은

늘 훤하게 눈을 떴다

곡선으로 떨어뜨린 눈빛에 어리석음이

섞였더라도,

가랑잎의 속이 텅 비어있는

희망의 껍데기일지라도 그녀는 날개 짓을

멈추지 않았다


축축한 내 날개는 물먹은 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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