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김덕진
그녀에게서 떨어진
가랑잎 세장
어느새 나무가 되어 뿌리를 세우고
땅 냄새를 맡으려고 한다
한 번도 접지 못했던
그녀의 야윈 날개에
발부리에 셀 수없이 짓눌린 나무뿌리처럼
뭉툭하게 닳은
고단했던 꿈의 언덕이 얹혀있다
가랑잎의 작은 바스락거림은
마른 지축이 뒤틀리는 소리
남들의 밤은 어두웠으나 그녀의 밤은
늘 훤하게 눈을 떴다
곡선으로 떨어뜨린 눈빛에 어리석음이
섞였더라도,
가랑잎의 속이 텅 비어있는
희망의 껍데기일지라도 그녀는 날개 짓을
멈추지 않았다
축축한 내 날개는 물먹은 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