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포대 실을 풀다가/김덕진 참을성 없는 본성을 또 꺼내는 것 보다처음부터 가위로 쌀 포대를 자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데혹시나 해서 포대 실 풀기를 시도해 보았다실을 당겼을 때 포대는 풀리지 않고 조여들었다그 순간 황량한 길의 끝아득한 소실한 소실점이 보이는 기 위에그림자가 밟힌 내가 서 있었다지루한 평화를 부서트릴지 모른다는 예감은 이번에도 빗나가지 않았다내면 깊숙한 곳에서 잠들었던 본성이 눈을 뜨자 가위를 확 움켜쥔 오른손에제어하지 못한 힘이 실렸다모서리가 자란 마음이 필사되어 포대를 가위질하는 손아귀에 그려졌다다음에는 그러지 않겠다던 다짐이 또 꾸미다가 만 꿈으로 함몰되고 말았다나도 모르게 패배에 길 드려진 몸,패배에 내성을 갖는 힘은 나의 무형자산이 된지 오래다 난폭하게 포대를 가위질하는 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