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김덕진
산등성을 갉아 먹은 태양이
뜨거운 노을을 서쪽하늘에 발라놓고
지구의 그림자 품으로
세상의 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노을을 묻히고 돌아온 바람의 색깔에서 끈적이는
열기가 떨어졌다
실어증 걸린 세상의 밤이
빨리 어둠의 껍질을 벗기려는 눈들을
게걸스럽게 집어삼켰다
땀 흘리는 허공에
비스듬히 기댄 숨 가쁜 호흡은 밤의 각도를
습관적으로 재어보았다
울퉁불퉁한 밤 시간의 초침을
쫒아가는 하얀 불면의 덫
둥글게 몸을 말고 뒤척이던
밤의 결정이 젖은 잠을 피우며 타다 만 지도위로
짠 물을 길어 올렸다
잠 못 이뤄 붉어진 여명의 눈
실핏줄 터진 충혈 된 바다가
새벽을 헹구고 떠나간 달의 해안선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