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발의 독백/김덕진
재생을 기다리는 물질들이
군데군데 엎드려 흙냄새를 마시고 있다
불속에 던져졌던 진흙의 꿈
몸에 감긴 불의 무게를 견디며
수분을 털고나와
세상의 빛을 담았으나
언제나 그림자가 뚜렷한 종말을 꿈꿔왔을지 모른다
지금은 흙의 일부가 되어가지만
흙이 삼킬 수 없는
시간의 공간은 우주의 변방 같다
비움과 채움이 셀 수없이 교차되는 동안
막사발의 이가 빠지고
허기와 포만의 면적도 줄어들었다
듬성듬성 이 빠진 잇몸으로
가슴 한복판 반쯤 품고 있던 빗물에 푸석한 독백을
풀어내고 있다
지금은 재생이 불가능한 삶이되었지만
누군가의 허기를 덜어준 막사발이었다고...
어느새 태양이 내 몸을 굽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