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발의 독백

김덕진요셉 2012. 7. 20. 17:38

 

                 막사발의 독백/김덕진

 

 

재생을 기다리는 물질들이

군데군데 엎드려 흙냄새를 마시고 있다

 

불속에 던져졌던 진흙의 꿈

몸에 감긴 불의 무게를 견디며

수분을 털고나와

세상의 빛을 담았으나

언제나 그림자가 뚜렷한 종말을 꿈꿔왔을지 모른다

지금은 흙의 일부가 되어가지만

흙이 삼킬 수 없는

시간의 공간은 우주의 변방 같다

비움과 채움이 셀 수없이 교차되는 동안

막사발의 이가 빠지고

허기와 포만의 면적도  줄어들었다

듬성듬성 이 빠진 잇몸으로

가슴 한복판 반쯤 품고 있던 빗물에 푸석한 독백을

풀어내고 있다

지금은 재생이 불가능한 삶이되었지만

누군가의 허기를 덜어준 막사발이었다고...

 

어느새 태양이 내 몸을 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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