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도 꿈을 꾼다

김덕진요셉 2013. 4. 2. 17:57

                  물고기도 꿈을 꾼다/김덕진

 

수산물시장은

물고기의 꿈을 사려는 사람들의 흔적이

젖은 시멘트바닥에

판화의 배경처럼 박히는 곳이다

수족관을 꽉 채우고 떨어지는 물소리는 안개 낀 해안선을

더듬는 파도소리 같다

해저 밑, 층층이 쌓인 시간의 무게에 갇힌

원유의 숨소리를 감고

바다위에 떨어진 하늘의 깊이를 재기위해

물고기들은 등지느러미의 지문을

허공에 셀 수없이 찍었다

시퍼렇게 멍든 바다는 왜 파도의 편태(鞭笞)가 되어

제 몸을 때렸는지 물고기들은 몰랐다

바다가 매일 자신을 매질한 것은

품에 안은 모든 생명체에게 정화된 자양분을

먹여주기 위한 사랑이었다

바다의 품을 떠난 물고기들이

육지의 냄새가 낮선 곳에서

두려움이 뭉쳐진 공포를 아가미로 흘리며 해진 꿈을 꾼다

도마 위에서 잘려나갈 물고기의 꿈을 놓고

사람들은 흥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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