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털갈이 한다/김덕진
한동안 잊고 살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목구멍 편도에
열의 씨앗을 뿌렸다
하룻밤 사이에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기는 핏줄에 매달려
온몸 가득히 퍼졌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내 고대바다가
쇳물처럼 펄펄 끓고
입속은 뜨거운 열기로 수분이 증발하여
껄끄러운 모래바람이 불었다
부풀어 오른 얼굴에서 뜨거운 바닷물의 누수는
이음새가 삭기 시작한
수도관의 균열처럼 멈추지 않았다
수북이 쌓여가는 휴지위로 버림받은
기침이 뒹굴었다
창백한 밤을 뒤진 뼈마다에
셀 수없이 달라붙은 벌레들이 뼈를 갉아 먹는 듯한 통증은
깨어 있는 밤의 풍경화를 그리느라
시간마저 붙잡아 놓았다
나는 심하게 털갈이하고 있는 중이었다
감. 기. 몸.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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