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을 보다/김덕진
하나의 망설임도 없었다
뜨겁게 타오른 가슴을 식히기 위해서는
목마른 우주의 무한한 공간이 필요했다
소리 없는 눈부심으로 환하게 추락하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가
신의 허락 없이는 아무나 쉽게 찾아오거나
편히 머무를 수 없는 신비로운 공간,
아득한 빛으로 최후의 포옹이 이뤄지는 곳,
사람의 시간보다 훨씬 먼저 있었다
별과 별, 별과 달 사이에서 헤엄치는 행성의 부스러기를
뜨겁게 포옹했을 때
폭포처럼 일어섰다가 사라진 빛줄기를 보고
사람들은 누군가의 부음을 생각했다
베어진 죽음의 촛불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딛을 수 없는 발밑의 등근 외벽으로 어떤 슬픔도 번지지 않는다
빛을 쏟고 사라진 빛줄기는 유성이 번지점프 하면서 흘린
뜨거운 혈흔이었다
세상을 포옹하며 불사른 제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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