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을 보다

김덕진요셉 2021. 2. 4. 16:44

획을 보다/김덕진

 

하나의 망설임도 없었다

뜨겁게 타오른 가슴을 식히기 위해서는

목마른 우주의 무한한 공간이 필요했다

소리 없는 눈부심으로 환하게 추락하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가

신의 허락 없이는 아무나 쉽게 찾아오거나

편히 머무를 수 없는 신비로운 공간,

아득한 빛으로 최후의 포옹이 이뤄지는 곳,

사람의 시간보다 훨씬 먼저 있었다

별과 별, 별과 달 사이에서 헤엄치는 행성의 부스러기를

뜨겁게 포옹했을 때

폭포처럼 일어섰다가 사라진 빛줄기를 보고

사람들은 누군가의 부음을 생각했다

베어진 죽음의 촛불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딛을 수 없는 발밑의 등근 외벽으로 어떤 슬픔도 번지지 않는다

빛을 쏟고 사라진 빛줄기는 유성이 번지점프 하면서 흘린

뜨거운 혈흔이었다

세상을 포옹하며 불사른 제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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