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굳은살 박이다

김덕진요셉 2021. 1. 21. 11:37

, 굳은살 박이다/김덕진

 

말이 잘려도 자꾸 뛰쳐나왔다

 

너무 많은 말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 날은

마음 한쪽 구석이 홀쭉해진다

사격 표적지처럼 구멍이 숭숭 난 가슴에서 공허함이 회오리친다

영원에 이르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쓰러져 노숙하는 말, 내 안의 물이 차츰 마르고

갈증 난 바람이 분다

아물지 않은 남의 상처를 건드리는 모든 목소리는 아프다

꺼질 듯 흔들리는 내면의 불꽃으로

어둠을 부르는 목소리는 더욱 아프다

정답과 오답사이를 오가며

설익은 말의 열매를 억지로 먹여주던 내 목소리에 굳은살이 박이고

짙은 황사가 끼었다

말이 새어나간 쪽으로 내 몸이 기울어진다

내게서 빠져나간 말, 굽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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