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굳은살 박이다/김덕진
말이 잘려도 자꾸 뛰쳐나왔다
너무 많은 말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 날은
마음 한쪽 구석이 홀쭉해진다
사격 표적지처럼 구멍이 숭숭 난 가슴에서 공허함이 회오리친다
영원에 이르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쓰러져 노숙하는 말, 내 안의 물이 차츰 마르고
갈증 난 바람이 분다
아물지 않은 남의 상처를 건드리는 모든 목소리는 아프다
꺼질 듯 흔들리는 내면의 불꽃으로
어둠을 부르는 목소리는 더욱 아프다
정답과 오답사이를 오가며
설익은 말의 열매를 억지로 먹여주던 내 목소리에 굳은살이 박이고
짙은 황사가 끼었다
말이 새어나간 쪽으로 내 몸이 기울어진다
내게서 빠져나간 말, 굽이 높았다.